2021년 여름, 솔라나가 처음 200달러를 찍었을 때 나는 “이더리움 킬러”라는 수식어에 코웃음을 쳤다. 솔직히 그때는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효과를 뒤집을 수 있는 체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6년 현재, 나는 그 생각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했다. 솔라나가 단순히 “빠르고 싼 체인”을 넘어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기 때문이다.
솔라나의 기술적 차별점: 왜 “빠르다”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나
솔라나의 핵심 기술은 Proof of History(PoH)다.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이 거래가 먼저 일어났다”를 합의하는 데 시간을 쓰는 반면, 솔라나는 암호학적 타임스탬프로 거래 순서를 미리 증명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합의 과정에서 노드 간 통신이 대폭 줄어든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초당 수천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수치를 보면, 2026년 2월 기준 솔라나의 평균 TPS(초당 거래 처리량)는 약 4,000~5,000 수준이다. 이더리움 L1이 약 15~30 TPS인 것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르다. 물론 이더리움도 L2(Arbitrum, Optimism 등)를 통해 확장하고 있지만, “L1 자체에서 이 정도 성능을 낸다”는 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거래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솔라나에서 NFT 하나를 민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0.00025 SOL, 원화로 환산하면 10원도 안 된다. 이더리움에서 같은 작업을 하려면 가스비로 수천 원에서 수만 원이 날아간다. DeFi 프로토콜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소액 투자자 입장에서는 솔라나가 훨씬 접근성이 좋다.
2022년 FTX 사태 이후: 솔라나가 죽지 않은 이유
솔직히 2022년 11월 FTX가 파산했을 때, 솔라나는 끝났다고 생각한 사람이 대다수였다. SOL 가격은 260달러에서 8달러까지 곤두박질쳤고, FTX/Alameda Research가 대량의 SOL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도 압력이 엄청났다. 나도 그때 “솔라나 생태계는 FTX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벌어진 일은 정반대였다. FTX 사태 이후 오히려 솔라나 개발자 수가 늘었다. 2023년 한 해 동안 솔라나 메인넷에 디플로이된 새로운 프로그램(스마트 컨트랙트) 수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밈코인 붐, NFT 컬렉션, DePIN(분산 물리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속속 솔라나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 비용이 싸고, 빠르고, 사용자 경험이 좋으니까.
특히 Saga 폰과 Saga Chapter 2라는 모바일 전략은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블록체인 전용 스마트폰이라는 컨셉 자체가 실험적이었지만, 솔라나는 이를 통해 “모바일 크립토”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했고, 실제로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솔라나 vs 이더리움: 2026년 현재 팩트 비교
감정을 빼고 숫자만 보자.
시가총액: 이더리움은 약 4,500억 달러, 솔라나는 약 900억 달러. 이더리움이 5배 크다. 하지만 2024년 초만 해도 이 격차가 10배 이상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솔라나의 추격 속도가 상당하다.
TVL(총 예치금): 이더리움 L1+L2 합산 TVL은 약 1,200억 달러, 솔라나는 약 180억 달러. DeFi 생태계 규모에서는 아직 이더리움이 압도적이지만, 솔라나의 TVL 성장률은 연간 300% 이상으로 훨씬 가파르다.
일일 활성 주소: 여기서 재미있는 반전이 일어난다. 솔라나의 일일 활성 주소 수는 약 200만 개로, 이더리움 L1(약 50만 개)을 크게 앞서고 있다. 물론 이더리움 L2를 합치면 비슷해지지만, L1 기준으로는 솔라나가 더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개발자 수: Electric Capital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풀타임 개발자 수 기준으로 이더리움이 여전히 1위(약 2,800명)이고, 솔라나는 3위(약 1,100명)다. 다만 솔라나 개발자 증가율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본 SOL의 리스크
장밋빛 이야기만 하면 안 되니까, 리스크도 냉정하게 짚겠다.
첫째, 네트워크 안정성 문제다. 솔라나는 2022~2023년 사이 여러 차례 네트워크 장애를 겪었다. 전체 체인이 몇 시간씩 멈추는 사태가 반복됐는데, 이건 “분산형 금융 인프라”로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2024년 이후에는 Firedancer 클라이언트 도입 등으로 안정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둘째, 토큰 잠금 해제(Unlock) 리스크다. FTX 파산 절차에서 대량의 SOL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 2026년에도 잔여 물량의 일부가 추가로 해제될 예정인데, 이 매도 압력이 가격에 일시적인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셋째, 밸리데이터 집중도 문제다. 솔라나의 밸리데이터 노드 수는 약 1,900개로 이더리움(약 90만 개)에 비해 현저히 적다. 하드웨어 요구사양이 높기 때문인데, 이는 탈중앙화 측면에서 약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그래서 SOL, 지금 사야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솔라나에 포트폴리오의 약 15%를 배분하고 있다. 비트코인 50%, 이더리움 30%, 솔라나 15%, 나머지 알트코인 5%라는 구성인데, 이건 순전히 내 리스크 성향에 맞춘 것이다.
핵심 논리는 이렇다. 이더리움이 “블록체인의 윈도우”라면, 솔라나는 “블록체인의 iOS”가 될 가능성이 있다.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니라 공존하되, 특정 영역(모바일, 소액 결제, 게이밍)에서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진입 타이밍에 대해 말하자면, DCA(정기 분할 매수)를 추천한다. SOL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비중을 늘리고, 200달러 이상에서는 일부 차익 실현을 하는 식이다. 한 번에 올인하는 건 어떤 자산이든 위험하다.
결국 솔라나 투자는 “이더리움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멀티체인 시대에서 솔라나가 얼마나 큰 파이를 차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베팅이다. 나는 그 파이가 꽤 클 거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