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코인 38%가 역대 최저가 — FTX 때보다 심각한 침체, 매수 기회인가

FTX 붕괴보다 심한 수치를 보고 있다

CryptoQuant의 최신 데이터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전체 알트코인의 38%가 역대 최저가(ATL)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2년 11월 FTX 붕괴 직후의 37.8%를 넘어선 수치다. 그때는 업계 2위 거래소가 하루아침에 증발한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뚜렷한 단일 사건 없이 이 지경에 이른 거다.

제가 2018년부터 크립토 시장을 지켜봐왔는데, 이렇게 조용한 침체는 처음이다. 패닉 셀링이 아니라 무관심에 의한 죽음이다. 거래량이 말라붙고, 프로젝트 팀들의 트위터 활동이 줄고, 텔레그램 커뮤니티가 조용해진다. 이게 진짜 바닥의 신호라고 제가 확신하는 이유다. 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는 아직 바닥이 아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가 진짜 바닥이다.

주요 거래소의 알트코인 거래량 데이터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 잘 드러난다. 바이낸스 기준 BTC와 ETH를 제외한 알트코인 일일 거래량이 2024년 11월 고점 대비 72% 감소했다. 업비트도 비슷하다. 한국 투자자들이 그토록 좋아하던 소형 알트코인 거래량이 바닥을 치고 있다.

자금은 어디로 갔나

알트코인에서 빠진 자금의 행방을 추적해보면 세 가지 방향이 보인다.

첫째, 금(Gold)이다. 2026년 들어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갱신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됐다. 이란-이스라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금에 집중되고 있다. 금 ETF 유입량은 2025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알트코인을 살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둘째, AI 인프라 관련 주식이다. NVIDIA, AMD, TSMC 같은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리츠, 전력 인프라 기업까지 AI 투자 열풍이 확산되면서 투기 자금이 크립토에서 AI 섹터로 대거 이동했다. 2021년 크립토 불장 때 “넥스트 빅 씽”을 찾아 몰려들었던 자금이 이제 AI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투기 자금의 속성상, 가장 뜨거운 곳으로 이동하는 건 당연한 행동이다.

셋째, 비트코인 자체다.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58%를 넘어섰다. 크립토 시장 내에서도 “안전 자산”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쏠림이 뚜렷하다. 알트코인 대비 비트코인의 상대적 강세가 역대급 수준이다. ETF 출시 이후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에 집중되면서 이 추세가 더 강화됐다.

비트코인만 $65K+ — 디커플링의 실체

비트코인이 $65,000~$70,000 구간을 유지하는 동안 알트코인 시가총액은 2024년 12월 고점 대비 45% 이상 빠졌다. 이런 극단적 디커플링은 2019년 여름과 비슷한 패턴이다. 당시에도 비트코인이 $14,000까지 오르는 동안 알트코인 대부분은 바닥을 기었다. 그리고 그 후 어떻게 됐나?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을 거친 뒤, 알트코인이 비트코인 대비 수천 퍼센트의 상대 수익률을 기록하는 초대형 알트 시즌이 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디커플링은 건강한 현상이라고 본다. 2021년 불장에서 존재 이유가 불분명한 토큰 수천 개가 난립했고, 지금은 그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다. 살아남을 프로젝트와 사라질 프로젝트가 갈리는 시기에 와 있다.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토큰이 수만 개인데, 이 중 다음 사이클까지 살아남을 프로젝트는 10%도 안 될 것이다.

역사적 극단치 이후의 반등 패턴

제가 직접 백테스트한 데이터를 공유한다. 2018년 12월 알트코인 ATL 비율이 42%를 찍었을 때, 이후 6개월간 상위 50개 알트코인의 평균 수익률은 +180%였다.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 때 ATL 비율 35%에서, 이후 6개월 평균 수익률은 +320%였다. 2022년 11월 FTX 때 37.8%에서, 이후 6개월은 +85%였다.

패턴은 명확하다. ATL 비율이 35%를 넘는 극단적 침체 구간에서 매수한 사람들은 중기적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물론 개별 종목 선택이 핵심이다. 2018년 바닥에서 산 알트코인 중 상당수는 영영 회복하지 못했으니까. 당시 시총 Top 50에 있던 코인 중 절반 이상이 지금은 Top 200에도 없다. EOS, NEO, IOTA, Zcash 같은 당시 유망주들이 지금은 존재감조차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매수하는 건 가치 투자가 아니라 가치 함정(value trap)에 빠지는 것이다.

반등의 트리거가 뭐였는지도 봐야 한다. 2019년은 Libra(현 Diem) 발표와 비트코인 반감기 기대감, 2020년은 DeFi Summer와 양적완화, 2023년은 비트코인 ETF 기대감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트리거는 CLARITY Act 통과와 이더리움 생태계의 L2 성숙, 그리고 RWA 토큰화의 실질적 성장이다.

어떤 알트코인을 봐야 하나

제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실제 사용자가 있는 프로토콜이다. TVL(Total Value Locked)이 꾸준히 유지되거나 성장하는 디파이 프로토콜, 일일 활성 주소가 증가하는 L1/L2 체인이다. Aave, Uniswap 같은 프로토콜은 약세장에서도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가 살아남는다.

둘째, 개발 활동이 활발한 프로젝트다. GitHub 커밋 수, 개발자 수가 유지되는 곳은 팀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Electric Capital의 개발자 리포트에 따르면, 월간 활성 개발자 수가 전체적으로 25% 감소한 가운데에서도 이더리움, 솔라나, Cosmos 생태계는 개발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토큰 언락 스케줄이 대부분 소화된 프로젝트다. 앞으로 대량 물량이 풀릴 예정인 토큰은 아무리 싸도 피해야 한다. 2024~2025년에 대규모 언락이 있었던 Aptos, Sui, Arbitrum 같은 프로젝트는 매도 압력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반면 2026~2027년에 대량 언락이 예정된 일부 신규 L1들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토큰 가격이 지속적으로 눌릴 수밖에 없다. 언락 스케줄은 CoinGecko나 Token Unlocks 사이트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으니 투자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더리움 L2 생태계(Arbitrum, Optimism), 크로스체인 인프라(Chainlink, LayerZero), 그리고 RWA(Real World Asset) 토큰화 관련 프로젝트들이 현 시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리스크-리워드를 제공한다고 본다.

내 전략: 공포에 사되, 칼을 잡지 마라

이 시장에서 12년째 살아남은 트레이더로서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모두가 관심을 잃었을 때가 매수 기회라는 것이다. 다만 “떨어지는 칼을 잡지 마라”는 격언도 동시에 유효하다.

제 접근법은 이렇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20~30%를 3~4개월에 걸쳐 분할 매수한다. 한 번에 올인하지 않는다. 추가 하락이 올 수 있고, 바닥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주간 RSI가 30 이하인 종목 중 위의 펀더멘털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 담는다.

이 침체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 문제는 타이밍이 아니라 종목 선택이고, 종목 선택의 핵심은 “이 프로젝트가 다음 사이클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가”다. 그 질문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만 담아야 한다. 지금 이 시기가 불편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올바른 궤도에 있는 것이다. 편안하고 흥분되는 시장은 이미 늦은 시장이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

한국 투자자들에게 한 가지 추가로 짚고 싶은 게 있다. 업비트의 알트코인 거래량이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글로벌 평균 대비 2~3배 높다. 이건 한국 투자자들이 알트 시즌에 가장 큰 수혜를 볼 수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침체장에서 무분별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위에서 말한 펀더멘털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규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총 100위 밖의 소형 알트코인에 전 재산을 넣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한국 시장은 특히 밈코인과 소형 알트에 대한 투기 성향이 강한데, 이번 침체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본 것도 바로 이 카테고리다. 지금 필요한 건 흥분이 아니라 인내심이다. 시장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때 손에 쥐고 있는 종목의 퀄리티가 수익률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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