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000만번째 코인 채굴 임박 — 남은 100만개의 의미와 가격 전망

95%가 이미 세상에 나왔다

2026년 3월 둘째 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2,000만번째 코인이 채굴된다.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네시스 블록을 생성한 지 17년 만이다. 총 발행량 2,100만개 중 95.24%가 이미 시장에 풀렸고, 앞으로 채굴될 수 있는 비트코인은 고작 100만개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계산했을 때 솔직히 소름이 돋았다. 100만개라는 숫자가 많아 보일 수 있지만, 현재 반감기 스케줄대로라면 마지막 비트코인이 채굴되는 시점은 2140년이다. 114년이 남았다는 뜻이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약 8,770개꼴인데, 하루에 24개도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래소에서 하루에 수만 개가 거래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신규 공급은 사실상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줄어든 셈이다.

이걸 금과 비교하면 상황이 더 명확해진다. 금은 매년 약 3,000~3,500톤이 새로 채굴되고, 가격이 오르면 채산성이 높아져서 채굴량이 늘어난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가격이 아무리 폭등해도 10분에 하나씩 블록이 생성되고, 블록당 보상은 4년마다 반으로 줄어드는 게 프로토콜에 박혀 있다. 인류가 만든 자산 중에 이 정도로 엄격한 공급 스케줄을 가진 건 비트코인이 유일하다.

영구 소실된 비트코인 — 실질 유통량은 훨씬 적다

여기서 진짜 핵심이 나온다. Chainalysis 추정에 따르면 230만에서 370만 BTC가 영구적으로 소실된 상태다. 초기 채굴자들이 하드디스크를 버리거나, 프라이빗 키를 분실하거나, 사망 후 복구 불가능해진 지갑들이다. 사토시 본인의 약 110만 BTC도 2009년 이후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사실상 소실된 것으로 봐야 한다. 사토시가 누구인지, 살아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110만 BTC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영국의 한 IT 엔지니어가 2013년에 버린 하드디스크에 7,500 BTC(현재 가치 약 $500M)가 들어있다는 유명한 사연도 있다. 이 사람은 10년째 쓰레기 매립지를 뒤지겠다고 소송 중인데,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런 사례가 수천 건은 될 것이다. 초기 비트코인의 가치가 몇 센트에 불과했던 시절, 프라이빗 키 관리에 신경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단순 산수를 해보자. 2,000만개에서 최소 230만개를 빼면 실질 유통량은 1,770만개 이하다. 여기에 장기 보유자(HODLer) 물량, 거래소 콜드월렛에 잠긴 물량, 기관 투자자의 커스터디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비트코인은 400~500만개 수준이라는 게 제 추정이다. 전체 발행량의 25%도 안 되는 물량만이 실제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Glassnode의 온체인 분석도 이 추정을 뒷받침한다. 5년 이상 움직이지 않은 비트코인 주소의 잔액 합계가 약 480만 BTC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키를 잃어버렸거나, 의도적으로 장기 보유 중인 물량이다. 어느 쪽이든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마이너의 생존 방정식이 바뀐다

2024년 4월 네 번째 반감기 이후 블록 보상은 3.125 BTC로 줄었다. 2028년이면 1.5625 BTC가 된다. 마이너 입장에서 블록 보상만으로 전기세를 감당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가 직접 분석해보니, 2025년 4분기 기준 마이너 수익에서 트랜잭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12~18%까지 올라왔다. 2023년에는 2~5%였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에는 수수료 비중이 30%를 넘을 수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경제 모델 자체가 구조적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와 있다.

이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간접적이지만 중요하다. 마이너들이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채굴한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채굴 즉시 80% 이상을 시장에 던졌는데, 지금은 대형 마이닝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Marathon Digital, Riot Platforms 같은 상장 마이너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계속 늘어나는 것만 봐도 흐름이 명확하다. Marathon은 현재 약 15,000 BTC를 보유하고 있고, 이건 분기마다 증가 추세다. 마이너들이 스스로 비트코인의 장기 가치를 확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관 자금의 규모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BlackRock의 iShares Bitcoin Trust(IBIT)는 출시 2년 만에 AUM 70조원을 넘겼다. Fidelity, ARK Invest, Grayscale까지 합치면 미국 비트코인 ETF 시장 전체 AUM이 150조원에 육박한다. 이 돈이 매일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하루 채굴되는 비트코인은 약 450개인데, ETF들이 하루에 사들이는 물량이 1,000~3,000개인 날이 수두룩하다. 공급보다 수요가 구조적으로 많은 상황이 이미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건 단기 호재가 아니라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다.

여기에 더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보유도 조용히 늘어나고 있다. 엘살바도르가 선구자 역할을 했고, 부탄 정부의 채굴 프로그램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국가 차원의 축적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 물량이라 유통량을 더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실질적 희소성이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

비트코인이 $65,000~$70,000 구간에서 횡보하는 동안에도 온체인 데이터는 꾸준히 축적(accumulation)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거래소 보유량은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1년 이상 이동하지 않은 비트코인 비율은 70%를 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트코인의 공급 구조는 금보다 훨씬 예측 가능하고, 금보다 훨씬 희소해질 운명이다. Stock-to-Flow 모델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기본적인 공급 경제학은 반박하기 어렵다. 유한한 공급 + 증가하는 수요 = 가격 상승. 이 단순한 논리가 비트코인의 장기 투자 근거의 핵심이다.

내 전망: 중장기 강세의 구조적 근거

2,000만번째 비트코인 채굴은 상징적 이벤트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점진적이다. 단기 급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이 이벤트가 만들어내는 서사(narrative)에 주목해야 한다. “95%가 채굴됐다”는 메시지는 FOMO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제 판단으로는 2026년 하반기까지 비트코인이 $80,000~$100,000 구간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구조적 공급 부족이 심화된다. 둘째, 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이 가속된다. 셋째,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대체 자산 수요를 키운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히 있다. FOMC 금리 동결이 장기화되면 유동성 확장이 늦어지고,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확전되면 리스크 오프 국면에서 크립토도 타격을 받는다. 포지션 사이징에 신경 쓰면서 분할 매수 전략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비트코인을 “투기 자산”으로만 보는 시각은 이제 구시대적이라는 점이다. 2,000만번째 채굴이라는 이정표는 비트코인이 17년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작동한 네트워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전 세계 어떤 은행 시스템도 17년 연속 무중단 가동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건 기술적 성취이자, 신뢰의 근거다.

투자 관점에서의 실전 접근법

제가 현재 비트코인 포지션을 운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전체 크립토 포트폴리오의 60%를 비트코인에 배분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2024년 초의 40%에서 올린 것이다. 비트코인의 구조적 우위가 더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매월 정해진 금액을 DCA(Dollar Cost Averaging)로 매수하면서, $60,000 이하로 급락하는 날에는 추가 매수한다. 이런 전략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변동성이 큰 자산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2,000만 채굴 이벤트를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기보다는, 비트코인의 장기적 가치 서사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게 맞다. 단기 가격 변동에 휘둘리지 말고, 공급 경제학이라는 근본에 집중하는 투자자가 결국 이긴다. 17년간 검증된 네트워크, 수학적으로 확정된 공급 스케줄, 그리고 점점 확대되는 기관 수요. 이 세 가지 조합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자산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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