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00 → $9,000 — 숫자가 믿기지 않는다
2022년 4월, Bored Ape Yacht Club(BAYC) NFT의 바닥가(floor price)가 $290,000이었다. 가장 싼 놈이 3억원이었다는 거다. 셀럽들이 소유했고, 지미 팰런이 TV에서 보여줬고, 에미넴이 아바타로 썼다. Yuga Labs의 기업가치는 $40억이었다.
지금? BAYC 바닥가가 $9,000이다. 97% 하락. 3억원이 900만원이 됐다. 꼭대기에서 사서 지금까지 들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10년 이상 벌어야 하는 돈을 날린 거다. BAYC가 “블루칩”이었으니까 안전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왜 이렇게 됐나 — 세 가지 가정의 붕괴
첫 번째 가정: “디지털 희소성은 영구적 가치를 만든다.” 10,000개 한정 컬렉션이니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개별 컬렉션의 공급은 제한적이지만, 컬렉션 자체의 공급은 무제한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새로운 10,000개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 수천 개의 컬렉션이 출시되면서 “희소한” 아이템들이 넘쳐나게 됐다.
두 번째 가정: “커뮤니티가 가치를 만든다.” 독점 커뮤니티, 이벤트, 메타버스, 상품 — 프로젝트들이 약속한 유틸리티가 가격을 지탱할 거라 믿었다. 현실은? 커뮤니티 참여가 가격 하락과 함께 사라졌다. 사람들은 비싼 자산의 배타성 때문에 참여했지, 커뮤니티 자체에 가치를 느낀 게 아니었다.
세 번째 가정: “바닥가는 오르기만 한다.” 이게 가장 위험했다. NFT를 담보로 대출(NFTfi, BendDAO)을 받고 그 돈으로 더 많은 NFT를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닥가가 떨어지니 대출이 청산됐고, 강제 매도가 가격을 더 떨어뜨리고, 그게 더 많은 청산을 유발하는 악순환. LUNA/UST 붕괴와 정확히 같은 구조다.
유동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
NFT의 구조적 문제 중 가장 치명적인 건 유동성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거래소에서 즉시 팔 수 있다. NFT는? 내가 원하는 가격에 “내 특정 NFT”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야만 팔린다. 하락장에서 매수자가 사라지면, 아무리 낮은 가격을 제시해도 팔리지 않는다.
로열티 문제도 있다. 원래 NFT 창작자는 2차 거래마다 5~10% 로열티를 받았다. Blur 같은 마켓플레이스가 로열티를 선택제로 바꾸면서 거래량은 늘었지만, 창작자의 수입이 끊겼다. 수입이 없으니 프로젝트 개발을 멈추고, 유틸리티가 줄면서 보유 이유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그래도 살아남은 것들
전부 죽은 건 아니다. 순수 디지털 아트(Art Blocks 제너러티브 아트, Refik Anadol 등)는 예술적 가치 기반이라 비교적 안정적이다. ENS 도메인 NFT처럼 실용적 기능이 있는 것들도 살아남았다. 게임 NFT 중에서도 실제로 게임 내에서 유용한 아이템 역할을 하는 것들은 생존 중이다.
공통점이 있다. “재판매 차익”이 아닌 “실제 용도”에서 가치가 나오는 NFT만 살아남았다. 투기 대상이었던 PFP(프로필 사진) NFT는 거의 전멸했다.
투자 교훈
NFT 폭락에서 배울 교훈은 크립토 투자 전반에 적용된다. 첫째, 5년도 안 된 자산군에서 “블루칩”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유동성 없는 자산은 훨씬 높은 수익률로 보상받아야 정당화된다. 셋째, 사회적 합의(consensus)는 양방향으로 자기강화적이다. 올라갈 때도, 떨어질 때도 가속이 붙는다.
나의 현재 NFT 포지션은 정확히 0이다. PFP NFT에 다시 투자할 계획은 없다. “원숭이 그림을 사서 은퇴한다”는 시대는 끝났고, 끝나야 마땅하다. 내 자금은 온체인 데이터로 검증 가능한, 실제 수익을 만드는 프로토콜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매매 시스템처럼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투자가 결국 살아남는다.
